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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영국 돌아이의 유럽 무전여행 이야기

by 파스텔블링크 (PastelBlink) 2020.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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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살.

1995년 여름, 영국 북부에 살고 있는 나는 단 한번도 혼자 여행을 한 적이 없습니다.

배낭을 빌려서 티셔츠 몇 개 쑤셔 넣고 부모님께 프랑스 여행 계획을 얼렁뚱땅 말씀 드렸습니다.  그리고는 막판에 텐트를 챙겼습니다. 모자란 애는 아닌게 분명합니다.  영국남부를 거쳐 파리,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등 유럽 주요도시를 여행하는 와중에 텐트에서 기거하면 방값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주머니에 현금 100불 정도를 챙겼습니다.

 

여러 번 쓸 수 있는 유럽 멀티트립 기차표는 프랑스, 스페인, 모로코의 대부분의 기차 노선들을 여행할 수 있습니다.  큼지막한 토마스쿡 유럽 열차 시간표를 백팩에 챙겼더니, 텐트를 담을 공간이 남지 않았습니다.  1995년은 디지털 이전 시대입니다 ...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없었습니다.  여행기록을 담기위해 즉석 일회용 카메라를 챙겼습니다.  심심할 때를 위해 모비딕 책 한 권을 챙겼습니다.

 

가자 파리로... 

첫번째 목적지는 파리.  파리행 기차를 타려고 역에 도착했을 때, 집채만한 프랑스 사람이 내게 담배 있냐고 했습니다.  나를 프랑스인으로 착각한다는 생각에 기뻐하며 정중하게 (프랑스어로) "죄송해요. 전 담배를 피지 않아요 Pardon m'sieur. Je ne fume pas." 라고 대답했습니다.

놀랍게도, 그는 내게 돌려 발차기를 날렸고, 나는 역 저 편으로 날아갔습니다.  한 대 더 맞기 전에, 눈물을 흘리며 도망갔습니다.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건가? 절망 고독,  

 

이윽고 파리행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숙소를 구할 돈이 부족했기 때문에, 하루 한 도시를 구경한 뒤 야간열차를 타고 밤을 보내는 것... 이것이 당초 계획이었습니다.

 

다음은 스페인으로... 

바르셀로나에는 캠프장이 없어서 Las Ramblas 근처 호스텔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드리드로 가려했지만, 스페인에서 은행업무시간 이외의 시간에는 현금을 현금화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비상용 ATM 카드도 이곳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한 나라만 빼고... 벨기에.

 

스페인 거리에서 길을 묻는 사람에 홀려 배낭을 도둑 맞았습니다. 

호스텔로 몰래 들어가 빈 침대에 몸을 누이다가 할아버지 주인에게 혼나고 쫓겨나서 밤길을 배회하다가 그날 역으로 돌아와 막차를 탔습니다.  알함브라 궁전의 도시 그라나다로 향합니다.

악! 주말입니다. 은행은 문을 닫았고, 현금도 머물 숙소도 없게 됩니다.

기차에서 만난 칠레 여학생이 나의 딱한 처지를 듣고, 그녀가 스페인 팬팔과 함께 머물도록 잠자리 소파와 먹을거리를 제공했습니다.  

여행 종착지 모로코... 

모로코로 가는 배를 탑니다.

영국 북부에서 온 두 명의 젊은 여성들은 나의 위협적이지 않고 초라한 내 외모에 동정하며 호텔의 여분의 침대를 내어 주었습니다.

그후로도 여러 커플들의 도움으로 숙소를 공유받을 수 있었습니다.  밤새 열정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미국 학생 커플과도 작은 방을 공유하는 어색한 밤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목적지는 모로코의 최고봉 투브칼 산입니다.  

버스를 타고, 픽업트럭을 타고, 임릴이라는 마을로 향합니다.

이윽고 4개국을 거치는 동안 지고왔던 텐트를 세우려고 합니다. 

악!!!

텐트를 세우려면 지지대 두 개가 더 있어야 합니다.  그 지지대들은 지금 영국의 부모님집 지하실 선반에 있지요.

멍충 멍충 상멍충이....

 

 

여행을 통해 잃은 것보다 더 큰 얻음이 있었습니다.

이젠 여행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어리석음을 극복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새롭게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장착한 저는 몇 주뒤에 저널리즘 학위과정을 공부하게 되고, 이 학습과정이 그를 전세계로 데려다 주게 됩니다.

이 여행의 당사자 BARRY NEILD 는 지금 CNN Travel의 글로벌 에디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무모한 여행!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버킷리스트에 담겨 빛을 발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의 버킷리스트에도 ...

 

출처 : edition.cnn.com/travel/article/trip-that-changed-me-morocco/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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