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어?"
"형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죠?"
학교 1년 선배였지만, 친해서 형님이라고 부릅니다. 매년 학과에서 한 두명씩 KAIST 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하던 선배중 한 분이셨습니다. "석사장교" 라는 병역 혜택이 아주 매력적인 당근이어서, 한 때 관심을 가졌고 그 인연으로 친해지게 된 선배입니다. 그 선배는 KAIST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데이콤 이라는 국영정보통신기업의 통신 네트워크 연구원으로 근무했습니다. 그 후, 데이콤은 민영화되어 엘지정보통신 (지금의 엘지전자) 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어느날, 캐나다로 이민을 가신다고 연락이 왔고, 공항출국장에서 형수님과 가족들을 만나고 작별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캐나다 통신기업 NOTEL 에 일자리를 구했다고 합니다. 그 후로 그 형님은 미국 AT&T에서 일하며 승승장구 하셨고, 아이들과 함께 미국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처음" 이란 단어와 함께 일어난 일들은 좀더 오래도록 기억됩니다.
그 선배가 한 일들은 학과에서 거의 처음이거나 도움을 줄 분이 흔하지 않은 환경에서 한 땀 한 땀 절실한 노력으로 결과를 만들어 낸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대학원 준비할 때도, 취직할 때도, 캐나다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이민갈 때도 ... 오롯이 혼자 힘으로 돌파구를 찾고 헤쳐 나갔고, 결과를 만들어 낸 선배입니다. 닮고 싶은 멘토중 한 분이십니다.
배경이 있다는 건 큰 경쟁력입니다. 유복한 집안에서 가업을 물려 받는다면 2대까지는 잘 먹고 살 가능성이 높습니다. 3대째는 장담 못합니다. SKY, 카이스트, 포스텍 대학교 학사 학위를 갖고 있다면 사회초년생 시절 직장을 구할 때 큰 잇점이 있습니다. 10년 경력이 요구되는 직장인데, 대학원 공학석사학위가 필요한 직장이라면 박사학위를 받는 것이 Long-run 하는데 유리합니다. 기왕이면, 서울대, 카이스트, 포스텍, 또는 해외 글로벌 Top 50 대학 박사학위 소지자라면 안성맞춤입니다. 성균관대 공대가 글로벌 랭킹 지표에서 바짝 치고 올라오지만, 나이 많으신 Hiring Manager 분들의 고정관념을 바꾸기에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가끔 스타성이 필요한 신설 AI Lab장을 뽑는 자리에서는 나이가 중요 관심사가 되기도 합니다. "30대, MIT박사, 글로벌기업 10년경력, ..." 뭐 이런 PR 기사들이 덤으로 필요할 때는 말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배경이 좋아도 결국 본인 스스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오래 버티기 어렵습니다.
학력 경력의 편견을 깨고 글로벌기업의 본사나 지역본사 입사에 성공한 사례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모두 선입견을 깨기위한 엄청난 노력을 했고, 결과로 역량을 입증해서 그 자리까지 차지했을 것이라는 건 그 분과의 1x1 미팅 시작후 5분만에 충분히 드러 납니다. 액면상으로 드러나 있는 나 보다 더 훌륭한 나를 보여 줄 기회는 정말 귀합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하실 건가요? 내 능력이 비범하지 못해도 이길 수 있는 길은 있습니다. 먼저 해야 할 게 있습니다.
세상은 내게 불공평하고 불리하다는 걸 진심으로 받아 들이세요.
"니가 잘났으면 얼마나 잘 났나고?" 라고 자존심 세우기 보다는, 비범한 경쟁자를 이기는 것은 애초부터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라는 걸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 놈만 패야 됩니다. 내가 갖고 있는 역량으로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일 한 가지를 콕 찝어 선택하고그것에 나의 모든 시간과 노력을 집중합니다! 선택과 집중, 그리고 빠른 실행력! 평범한 내가 비범한 경쟁자를 이길 확률을 높이는 지름길입니다. 왜 그럴까요?
성공방정식 = 개인역량 + 네트워크 역량 + 팀워크 + 통제불가능변수(운 Uncontrollable) + 힘든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 혁신과 오뚜기 정신 (끈기/집념으로 실패해도 다시 일어선다)
개인역량, 그리고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는 친구나 동료등 풍부한 조직/네트워크 역량은 극복하기 쉽지 않은 경쟁요인입니다. 책임자의 위치로 올라 갈수록 개인 역량보다는 팀워크 역량이 결과를 만들어 가는데 더욱 중요해 집니다. 지적능력이 뛰어난 것이 탁월한 리더쉽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개인의 천재성으로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없는 "돌발 Uncontrollable" 변수가 성패를 좌우할 때가 많습니다. 운빨이죠. 우선순위가 높지 않거나, 아무도 시도해 보지 않은 않았기 때문에, 나서기를 꺼리는 일을 내가 시작했는데, 대박이 나는 상황... 이런 건 어떻게 설명이 안됩니다. 그렇다고 비범한 경쟁자를 이길 수 있는 게 운빨로만 된다면 세상에 도전한다는 게 너무 무모해 보입니다. 그래서, 본인 스스로 통제할 있는 성공요인이 최소한 두 가지가 더 있는 것 같습니다.
첫째, 가 보지 않았고, 검증되지 않은 길을 갈 수 있어야 합니다. 빠른 실행력으로. 훌륭한 내 경쟁자들은 검증된 너무 좋은 기회들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그리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덜 고생하면서, 남들이 선망하는 타이틀과 연봉을 쉽게 거머쥘 수 있는 길, 입증된 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남들이 가기를 꺼려 하는 길을 "굳이" 가야할 이유를 찾기 어렵습니다. 스타트업이라도 Pre-Seed나 시리즈 A단계기업보다는 시리즈 B,C 투자를 받고 곧 IPO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선호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훌륭한 경쟁자가 갖고 있는 정보네트워크나 자금력이 없다면, 기존 방식으로는 승산이 없습니다. 그 문제 해결을 위해 몰입하다 보면 머리속을 스쳐 지나가는 낯선 아이디어를 붙잡고 최소의 시간과 노력으로 실현가능성을 테스트해 봅니다. 긍정적인 테스트 결과가 나오면, 당장 시작합니다. 무대뽀 無鐵砲 가 아니라, 빠른 실행력입니다.
둘째,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오뚜기 정신입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를 백번 들어도 현실에서 실패하는 건 누구나 두렵습니다. 그런데, 개인이던 조직이던 이걸 감당할 수 있다면, 엄청난 능력이 됩니다. 아.. 매번 나는 왜 안될까? 그 일에 쏟아 부은 노력 총량이 결과를 만드는 데 필요한 총량 임계치에 아직 못 미친 것일 수 있습니다.
학력, 내가 몸담은 조직 네임밸류의 껍질을 벗었을 때 비로소 나의 발가 벗겨진 진정한 가치가 보입니다. 껍질을 벗은 달팽이 처럼 벌거숭이 나를 왜곡되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 볼 자신이 있다면 시작할 준비가 되신 겁니다. 이길 확률이 작다고 불평하지 말고 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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