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은 지금까지 제 개인적으로 10년이상을 몸담아 일했던 유일한 회사입니다. 그 당시에 인텔 CTO로 팻 겔싱어 라는 분이 계셨는데, 재직시 임직원의 존경을 많이 받았고 차기 CEO 적임자로 손꼽히던 분이셨습니다. 하지만, 30년을 근무하던 회사를 그만두고 VMWare의 CEO로 옮기셨죠.
이번주에 그가 인텔 CEO 로 부임한다고 발표되었는데, 그 의미를 파괴적 혁신의 관점에서 짚어 봅니다.
출처 : www.youtube.com/watch?v=q0je6LPsaZA
파괴적 혁신 Disruptive Innovation
파괴적 혁신 Disruptive Innovation 이란 말을 많이 듣습니다. 1995년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Clayton Christensen 이 처음 사용한 용어입니다. 로우엔드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성장해서 점차 하이엔드 시장을 공략해서 궁긍적으로 기존의 경쟁업체의 고객을 가져오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이때, 혁신 제품은 기존 업체들이 높은 가격과 정교함을 배경으로 소수의 고객의 니즈를 충족할 목적으로 제공하는 기존 제품을 혁신하는 과정에서 탄생합니다. 침투 방식은 가격을 낮추고 접근성을 높여서 이전보다 훨씬 많은 고객층을 대상으로 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 집니다.
파괴적 혁신을 쉽게 설명한 동영상 : www.youtube.com/watch?v=mbPiAzzGap0&feature=youtu.be
파괴적 혁신의 사례를 살펴볼까요?
퍼스널 컴퓨터를 한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퍼스널 컴퓨터가 등장하기 이전에는 컴퓨팅은 메인프레임이나 미니컴퓨터처럼 컴퓨터실 바닥을 높여서 진동으로 인한 충격과 시스템 온도 과열을 차단하도록 했고, 실내온도 조절을 위한 에어컨디션이 설치된 공간에서 일하는 전문가 집단들에게만 가능한 기술로 인식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당시 컴퓨팅기술은 고객이 필요한 것 이상으로 지나치게 정교한 기능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래 점선 A가 컴퓨팅 제품/서비스에 대해 고객이 요구하는 성능 수준입니다.
선B는 기존 메인프레임과 미니컴퓨터 업체들이 시기별로 만들어 가는 성능수준인데, 고객이 요구하는 수준(점선A) 이상으로 과도하게 발전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때, 퍼스널컴퓨터가 등장하여 낮은 수준의 기술에도 충족될 수 있는 요구성능(선C)을 갖는 Niche Market을 겨냥해서 단순한 아키텍쳐와 싼 가격으로 기존에 서비스가 가능하지 않았던 고객층에게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게 됩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퍼스널 컴퓨터는 진화해서 더 많은 니즈를 갖고 있는 상위계층의 고객들의 성능요구수준도 만족시키게 되면서 기존 거대 경쟁업체의 수익성이 높은 고객층을 빼앗아 오게 됩니다.
출처 : www.insightcentre.com/resources/knowledge-board.pdf
복사기의 경우도 또 다른 파괴적 혁신 사례로 들 수 있습니다. 당시 제록스 Xerox는 복사센터를 관리하는 전문가들 앞에 줄서서 대형복사기를 사용하기 위해 하염없이 기다리는 게 관행 이었는데, 캐논 Canon 과 리코 RICO 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소형 복사기를 출시 했습니다.
넷플릭스도 파괴적혁신의 주역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습니다...
출처 : strategyforexecs.com/innovation-strategy/
www.aib.edu.au/blog/innovate/netflix-digital-disrupter/
인텔 공동창업자 앤디 그로브의 파괴적 혁신
파괴적 혁신은 "단순하고, 사용하기 편한 혁신으로, 초기에는 로우엔드 시장에서 까다롭지 않은 고객들만 찾습니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Clayton Christensen이 인텔 공동 창업자 앤디그로브 Andy Grove를 만났을 때 나눈 대화가 생각납니다.
"클레이튼, 내가 바빠서 공부할 시간도 없어요.
헌데, 누가 그러더라구요.
당신이 이 (파괴적 혁신) 이론을 만든 사람이라고 ...
혹시 당신이 알고 있는 걸
나와 내 스텝들에게 설명해 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인텔에 어떻게 적용할 지도 말입니다."
파괴적 혁신 이론을 만든 클레이튼은 이렇게 앤디와 만남이 시작되었다고 회상합니다.
클레이튼과 만남후 앤디가 인텔팀과 만들어 낸 혁신중 가장 유명한 사례는 인텔의 고급형 제품시장을 잠식할 마진이 적은 프로덕트를 출시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제품이 1998년 셀러론 Celeron 프로세서 입니다. 셀러론이 펜티엄 프로세서 시장을 일부 잠식했지만, 35 퍼센트의 시장을 추가로 얻게 됩니다.
더욱 중요한 점은 셀러론이 경쟁사의 위협을 단칼에 잘라 내버렸다는 거죠. 생전의 클레이튼 교수가 앤디와의 만남에 대한 일화를 언급한 동영상을 참조하세요 (4:25초부터 나옵니다~)
하버드경영대학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의 파괴적혁신을 설명하는 인터뷰 동영상 출처 : Harvard Business Review
www.youtube.com/watch?v=qDrMAzCHFUU&t=2s
2005년, 애플이 자사 맥컴퓨터 프로세서를 기존에 아이비엠 PowerPC 계열 칩에서 인텔 x86 프로세서로 바꾸는 쾌거도 이룩하게 됩니다.
출처 : www.apple.com/newsroom/2005/06/06Apple-to-Use-Intel-Microprocessors-Beginning-in-2006/
위기의 인텔
엔디 그루브가 퇴임한 2005년 새로운 CEO 폴 오텔리니를 만나면서, 인텔은 파괴적 혁신의 피해자가 될 거란 건 그당시로서는 짐작하기 어려웠습니다.
출처 : jamesallworth.medium.com/intels-disruption-is-now-complete-d4fa771f0f2c
애플과의 스마트폰 칩 디자인 협력에 대해 뜻을 이루지 못한 폴 오텔리니는 그 당시를 다음과 같이 회고합니다 :
"... 성사되었더라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펼쳐졌을 겁니다.
기억해야 할 것은 그 당시는 아이폰이 등장하기 전이었고, 아이폰으로 뭘 할 수 있을 지 아무도 몰랐던 상황이었다는 거죠.
애플이 (아이폰 디자인을 위해) 인텔의 칩에 관심을 가졌고, 구입단가를 제시했는데 그 단가는 인텔이 예상한 원가에도 못미치는 가격이었습니다.
많이 팔릴 제품 같지도 않았어요.
결국, 예상원가는 잘못 책정된 것으로 밝혀졌고, 판매수량도 애초에 예상치 보다 100배나 되었습니다"
쉽게 말해서, 스티브잡스가 아이폰에 맞춤형 프로세서 디자인을 인텔에 요구했는데, 맞춤형으로 만들어다가 물량이 안나오면 ROI 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서,
예상물량을 따져 봤는데 얼마 안되더라. 그래서, 안하기로 했다. 나중에 보니까, 실제 물량은 예상했던 물량의 100배나 되더라는 얘기...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리더가 잘못했다고 탓할 수도 없어 보입니다.
그저 운칠기삼인데 운이 안따랐던것 같습니다. pastelblink.tistory.com/146
반도체 산업에서의 인텔의 아성이 타격을 받게 된 것은 2005년부터 입니다. 인텔은 자사의 XScale 사업을 위한 ARM 라이센스를 보유하고 있었슴에도 전력효율이 높은 ARM 프로세서 계열 사업에 집중하지 않았습니다. PC 성공 패러다임을 답습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해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집스럽게 x86 아키텍처를 지켜 왔습니다.
애플의 칩 기술 내재화 전략
그리고, 애플이 시장의 판도를 바꿉니다. 애플은 2020년 11월, 최초로 자사가 디자인한 칩을 탑재한 맥컴퓨터를 발표했습니다. 2006년 아이비엠 PowerPC 칩에서 인텔 x86 칩으로 바꾼 이후 처음입니다.
출처 : www.apple.com/newsroom/2005/06/06Apple-to-Use-Intel-Microprocessors-Beginning-in-2006/
이는 클레이가 파괴적 혁신에 관한 그의 Harvard Business Review (HBR) 논문에서 설명한 모습과 너무 닮아 있습니다.
출처 :Disruptive Technologies: Catching the Wave by Joseph L. Bower and Clayton M. Christensen, Harvard Business Review 1995 hbr.org/1995/01/disruptive-technologies-catching-the-wave
인텔의 생존과 성장에는 파괴적 혁신 노력이 중요했지만, 인텔만이 파괴적 혁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 졌습니다. 인텔의 마지막 아성, 하이엔드 제품인 서버 프로세서 사업도 위협 받고 있으니까요
출처 : twitter.com/dialtone_/status/1318746763319152640
팻 겔싱어 Game Changer?
인텔에서 30년을 근무했고, 인텔 CTO를 역임한 뒤,
2009년 VMWare CEO로 재직해 왔던 팻 겔싱어 Pat Gelsinger.
출처 : twitter.com/PGelsinger/status/1349560426166710279
2021년1월13일, 그가 다시 인텔의 CEO로 복귀한다고 발표되었습니다.
일단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입니다.
기존 인텔 CEO 였던 Bob Swan은 재무전문가였고 엔지니어링 배경을 갖고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Bob Swan이 CEO 재직시절, 인텔은 플래시 메모리 사업을 SK 하이닉스에, 5G 베이스밴드 사업은 애플에 각각 매각했고, 그 대신 이스라엘 인공지능칩 스타트업 하바나 Habana Labs등을 인수해서 주력사업을 조정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반도체 외주생산 가능성, 그리고 기업문화적 단절, 그리고 Jim Keller 와 같은 엘리트 엔지니어들의 퇴사...
출처 : www.wsj.com/articles/with-new-ceo-pat-gelsinger-intel-welcomes-back-its-chief-geek-11610652925
엔지니어 CEO 주도의 문제해결 솔루션이 시장에 먹히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거라는 통념도 있습니다.
팻 겔싱어가 몸담던 시대의 인텔과 지금의 인텔은 제품, 시장, 고객평판 등 모든 면에서 너무나도 다릅니다. 인텔 재직시, 많은 기술적 성과를 달성하여 인텔의 전성기를 만들었던 팻 겔싱어.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 사로 잡히지 않는다면, 분명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만들 수 있을거라 조심스럽게 긍정해 봅니다.
파괴적 혁신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면, 파괴적 혁신을 주도해야 합니다. 끊임없이...
편집광적인 혁신으로 인텔이 또한번 거듭나고 성장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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