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저지른 지구 온난화의 결과로 이 세상은 우리가 기억하는 과거의 어느 순간보다도 더 빠르게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2015년 12월 12일, 세계 200여개 국가들이 모여 체결한 파리 기후 협약 The Paris Climate Agreement 의 목표는 산업화 이전 수준 pre-industrial levels 대비 지구 온도가 2°C (3.6°F)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자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희망하는 지구온도 상승 억제 수준은 1.5°C (2.7°F) 이하가 되게 하는 겁니다.
왜 2°C (3.6°F)를 상승 임계치로 잡았을까요? 예일대학교 경제학자 윌리엄 노드하우스 William Nordhaus 가 1977년에 발표한 논문 "Economic Growth and Climate: The Carbon Dioxide Problem" 에서 "대략적인" 임계치 온도로 섭씨2도를 제안한 것이 발단이 되었습니다. 그후 세계 주요 과학기구, 연구논문 등에서 대략 섭씨2도를 임계값 목표로 하는 것에 의견이 모아 졌습니다. "대충" 말입니다.
섭씨2도를 넘게 되면, 북극의 빙하를 잃게 되고, 해수면이 상승하며, 산불활동이 급증하고, 농업수확량이 타격을 입으며, 물 공급 부족으로 고통 받게 되는 돌이킬 수 없는 Tipping Point 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섭씨2도보다는 1.5도를 실질적인 목표로 삼고 있는 이유는, 2도가 기후변화 상황에 대해 인간이 대처하거나 적응하기에 너무 늦은 시기를 맞게 되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지구온도는 산업혁명 이전 대비 섭씨1도 상승했습니다. 괜찮을까요?
지구의 대기 속 이산화탄소 CO2는 400ppm 이상 상승했습니다. 데이터는 하와이 마우나 로아 Mauna Loa 화산의 천문대에서 집계합니다.
지구상 얼음량은 특히 북반구를 중심으로 급격히 녹고 있습니다. 그린랜드의 얼음은 년간 280기가톤씩, 남극의 얼음은 년간 150기가톤씩 줄어 들고 있습니다. 지구 담수량의 절반을 보유하고 있는 남극의 만년설이 녹는 것은 전세계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지는 재앙이 됩니다.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특단의 대책을 찾지 않으면, 매년 3-4mm 상승해 온 해수면은 이번 세기말 누적 상승폭이 1미터에 도달할 것으로 과학자들은 예측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할아버님이 해 주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할아버님이 어릴 적에 사람위에 사람이 살 게 될 날이 있을거라는 얘기를 하곤 했는데, 그후 아파트가 등장해서 놀랐다는 말씀이셨습니다. 그 후로 수 십년이 흘러 집집마다 백색전화기를 설치하는 것이 중산층의 상징이었던 시절을 어렴풋이 기억합니다. 그리고, 버튼이 없는 전화기를 집밖으로 들고 다니고, 아이언맨이 실제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해수면이 올라가면 하천에 넘쳐 집을 덮치는 상상을 실제로 맞닥뜨리고 싶진 않습니다. 이미, 어린 시절 여름 장마비에 물난리로 겪은 터라 더 경험할 필요는 없습니다. 집안 가재도구가 둥둥 떠 다니는 걸 망연자실하게 보고 있던 어머니의 얼굴, 쏟아지는 비 속에서 모래주머니로 담을 쌓고 물을 바깥으로 퍼내시던 아버님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우리 아이들의 기억 속에 다시 전달하고 싶지 않습니다. 최소한 부족하지만 내가 살던 세상의 모습이라도 그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넘겨 주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더 나아지게 할 자신이 없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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