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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코로나19 시나리오) 2022년 3월, 변한 것은 없다 (Pandemic Scenario) March 2022, Nothing Was Changed Much

by 파스텔블링크 (PastelBlink) 2021.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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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2일 8:00분, 창문 밖에는 추적 추적 봄비가 내립니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양치질만 하고, 아침식사를 위해 커피와 치즈딸기베이글을 만듭니다.  나는 아침식사를 들고, 증강현실 안경을 쓰고, 오늘도 혼합현실 Mixed Reality 사무실로 출근을 합니다.  2년전 같으면, 아이들이 불쑥 방문을 열고 들어와서 회의용 캠에 잡혀 당황하곤 했는데, 이젠 아이들도 적응한 듯 합니다.

 

물리적인 사무공간은 아니지만, 실제 사무실과 너무도 닮았습니다.  그리고, 나를 쏙 빼닮은 내 아바타가 그곳에 있습니다.  세수 안한 내 추리한 몰골, 주말동안 너무 놀아서 피곤이 쌓여 축쳐진 내 눈은 최대한 내 아바타 속에서 안보이게 하고 싶습니다.

 

 

 

이윽고, 혼합현실 사무실에 출근 체크를 하고 회의실로 들어 갑니다.  가상현실 사무실은 아침 햇살이 따스하게 비치고 있습니다.  회의실 분위기가 괜찮으면 날씨 배경화면을 바꾸도록 매니저에게 건의하려고 합니다.

내가 좋아 하는 왼쪽 가운데 의자에 앉았습니다.  이윽고 브라질 지사에 근무하는 훌리앙이 반갑게 인사하며 혼합현실 사무실에 등장합니다.  코로나19 전염병 여파로 해외 업무출장이 금지되어 서로 얼굴보고 같이 식사해 본지 벌써 3년이 지났지만, 이젠 가상의 공간에서 자주 보다 보니 어제 만난 것 같습니다.  헉! 신입 인턴 코비의 아바타는 머리를 녹색으로 물들이고 없던 수염을 기르고 있습니다.  그의 입사동기 제니는 고양이 캐릭터 아바타를 하고 등장했습니다.  재치 발랄하긴 한데, 가끔 심각한 회의분위기에도 그런 모습으로 등장할 때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ZOOM 원격회의를 한 지도 어느덧 3년이나 지났습니다. 처음엔 1시간 회의가 너무 피곤했습니다.  유해전자파의 온상인 모니터 속에서 아이컨택을 한 시간 동안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이 감기거나 창 밖을 쳐다 봅니다.  회의와 업무, 스마트폰 보기로 업무시간의 대부분이 스크린을 통해 하다보니 요즈음 급격하게 시력이 많이 나빠진 것 같습니다.  회의가 시작되고 참석자들은 서로 정말 하고 싶은 얘기만 하길 바라지만, 아바타 가면 속 저편에 있는 동료들은 늘 그 표정이라서, 그 속마음을 읽을 수 없어서 분위기 파악이 참 어렵습니다. 

벌써 다섯번째 회의입니다. 

빌어먹을!!!

회의도 일이지만, 회의결과를 팔로우업 하려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데.  내가 생각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보여 줄 수도 없습니다.  답답합니다.

 

미팅이 끝나고, 매니저의 제안으로 오랜만에 5시에 참석자 온라인 치맥을 하기로 했습니다.  제목이 치맥데이지만, 오늘은 피자를 주문해 봅니다.  맥주는 애일로.  얼굴 마주한 오프라인 모임이었다면, 주문하기 편하게 그 식당 메뉴에서 제공하는 한정된 메뉴중 몇가지를 고르고 음식을 나눠 먹는게 속 편했지만, 이제는 음식 메뉴도 내가 좋아하는 걸 주문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요즘 우리동네에 핫한 피자집이 생겨서 이번 기회에 맛 볼 생각입니다.  훌리안은 1000CC 맥주 잔에 생맥주를 가득 담아 유난히 큰 ASMR로 꿀꺽꿀꺽 브라질 맥주의 시원함을 전합니다.  오프라인 모임이었다면, 안 들어도 될 소음이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6시 이후에 저녁식사 모임을 했지만, 이젠 온라인이라 자연스럽게 각자 자기동네에서 먹을 술과 음식을 주문하고 익월초까지 회사로 비용청구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업무의 연장이라는 분위기가 강해서 업무시간 이내에 팀빌딩 회식을 하게 됩니다. 

 

확실히 팬데믹 이전보다 회의 횟수도 많아지고, 총 회의 시간도 길어졌습니다.  서로 얼굴을 마주하면 5분안에 끝날 얘기도 안보이니까, 당장 만날 수 없어서 지금 시간되는 지를 메일로 보내고 미팅시간 약속을 확정해야 합니다.  미팅시간은 온라인상에서 5분미팅을 잡기 어려워서 15분으로 세팅했습니다.  오늘 미팅으로 잡았기 때문에, 일정컨펌 확인을 수시로 해야해서 스마트폰을 계속 쳐다봐야 했습니다.   

 

 

출처 : www.nytimes.com/interactive/2020/06/09/magazine/remote-work-covid.html

 

저녁을 먹고 잔업을 하고... 스마트폰으로 유투브 짤을 봤습니다.

피곤한 하루... 일찍 드러 눕습니다. 이럴 땐 침대가 옆에 있어서 너무 편하고 좋습니다. 습관적으로 자주 눕게 되는 버릇이 생기긴 했지만 보는 사람이 없으니 상관없습니다.

아차!  어제 잘 때 입었던 츄리닝을 그대로 입고 또 자게 생겼습니다.  내일도 오전10시에 첫 회의를 시작으로 3건의 회의가 잡혀 있습니다.  깔끔하게 팔로업 할 일을 마무리하지 못해 뒤가 개운치 않습니다.  내일은 한 시간 일찍 일어나서 못한 일을 끝내야 회의 안건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팬데믹으로 지속되는 새로운 직장인 풍속도를 생각해 봤습니다.

오늘 아침 비 처럼 코로나19도 빗속에 깨끗이 씻겨 내려갔으면 하는 실현가능성 없는 소망을 가져 봅니다.

젠장... 

사무실을 분주하게 다닐 시간에 모니터만 쳐다 봤더니 벌써 2킬로가 쪘습니다.  주말에 런닝머신에 노트북을 올려 놓는 장비를 사서 제자리 걷기라도 시작해 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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