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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관리

시간의 무게가 주는 경력 고민에 대한 작은 생각

by 파스텔블링크 (PastelBlink) 2023.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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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던 안정적인 일자리에서 사회생활 1년차. 
세상을 다 씹어 먹을 것 같았고, 뭐든 다 해 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혹시 짤리더라도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외에는 별로 잃을 게 없으니, 좀 쉬다가 다시 일어서면 될 일이고... 나같은 훌륭한 인재를 안쓰면 그 조직이 멍청한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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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결혼해서 사랑하는 가족이 생겼습니다.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네요.  혼자살 때 처럼 행동반경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서서히 팀장님의 모습에서 10년뒤 내 미래를 봅니다.  우울합니다.  대학동창 도식이를 만나 술 한잔 먹다가, 나의 마음속 대학동기 라이벌 재호가 일년 더 빨리 승진해서 잘 나가고 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당구장 죽돌이 범수는 스타트업 회사 차려서 투자를 받았답니다.  몇 년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사는 게 맞나?

마음속에 작은 너울이 출렁입니다.  크게 잘못한 건 없는데, 그렇다고 정말 폼나게 살고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미국가서 석사 학위라도 따 놓을 걸 그랬습니다.  지금은 아버지도 자식 유학자금 보태 주실 만큼 형편이 좋지 않습니다.  직장 다니면서 자기 개발 하려니 쉽지 않습니다. 가족과 아이한테 함께 있는 시간도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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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지하철에서 40대에 대기업 임원 승진한 모바일 기사를 접하면, 반문합니다. "개랑 나랑 다를 게 뭐야?" 

뭐라도 해야 하나?

도식이와는 술자리에서 진로에 대해 수 도 없이 고민을 나누며 술잔을 기울였지만 자고 일어 나면 내 고민은 한발짝도 나아가지 않고 늘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시작되고 숙취가 덜 풀린 상태로 출근을 합니다.   예전엔 안 그랬는데, 나이 탓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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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나에게도 이런 일이...  구글은 아니지만, 외국계 회사의 싱가폴 지사에서 일 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좋은 일이지만, 마냥 좋아하지 못합니다.   맞벌이 하는 아내가 직장을 그만 두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닙니다.  경력단절이 되면, 다시 일을 하기는 너무 어렵다는 사례들를 많이 봐왔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아이들 교육을 위해 희생하기로 결정합니다.  현지에서 아내가 일을 구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도 가져 봅니다.  연봉도 올랐고, 해외여행으로도 큰 마음 먹어야 갈 수 있던 싱가폴에 살게 되다니... 그리고 아이를 위해 좋은 교육환경.  이제 외국인 팀장님 마음에 쏙 들도록 열심히 일하는 일만 남았네요.  여기서 잘 버텨서, 아이가 대학 갈 때쯤 미국 본사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잘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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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만 보고 달리다가, 이제는 주위도 돌아 볼 여유가 생겼습니다.  내가 하는 일이 이전과 다르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합니다.   한국 대기업에서 다닐 때는 맘만 먹으면 핵심 요직을 경험할 수 있었는데, 여기서는 핵심업무를 약간 벗어난 듯한 일을 맡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보이지 않게, 인디아계와 중국계 동료들이 Inner Circle 을 만들어 서로 이끌어 주고 있다는 걸 언뜻언뜻 느끼게 됩니다.  한국이 OECD 선진국이라도 외국계 회사의 해외지사나 본사에서는 소수 종족? 에 불과합니다.  도움 받을 한국인 고참직원이 보이지 않습니다.  차라리, 동남아인인것처럼 눈에 안띄게 융화해서 사는 게 그나마 네트워킹에 도움이 됩니다.  미국본사는 커녕 여기서 5년을 더 버텨내는 것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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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링크드인을 통해 경력 제안을 받았습니다.  처음 경험한 터라, Fishing Mail 인 줄 알고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궁금해서 조심스럽게 열어 봅니다.  제안 받은 포지션이 구글이나 애플은 아니었네요.  한국대기업 서울 포지션이라 구미가 확 당기진 않네요. 하지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일자리로 갈아 타는 동료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니 조급함이 생깁니다.  제안에 대해 답글을 보냅니다.
"안녕하세요?
  좋은 기회를 제안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제안주신 포지션에 지원할 지를 주말까지 고민해 보고 연락드려도 될까요?"
  
"제가 이런 제안을 수 도 없이 받지만,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채용컨설턴트) 경력을 보니 
  제가 지금 싯점에는 상담을 해 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연락드렸습니다"
 
그리고는 화상으로 채용컨설턴트와 상담을 시작합니다.

선택1. 현지에서 버티고 살아남기.

핵심업무를 하려면, 그 잘 난 다른 동료들보다 더.더.더. 잘 하는 필살기를 보여줘야 합니다.  팀장 기회는 거의 물 건너 간 것 같습니다.  여기서는 줄 안 서도 될 줄 알았는데, 더 심하네요.  아시아태평양 지역본사 본부장 눈에 들려고, 다니던 교회도 본부장이 다니는 교회로 옮긴 간부 얘기도 듣습니다.  그 정도는 못하더라도 인디아, 중국 동료들과 잘 지내야 합니다.  주말에라도 자기개발 노력을 더 해야 하는데, 아내가 아이들과 피크닉 가자고 합니다.  이젠 나보다 가족의 의견이 더 중요합니다.

선택2. 국내기업으로의 복귀.

국내기업이던 외국계기업이던 한국에서 일자리를 찾으려면 나이가 걸림돌이라고 듣습니다.  팀장경험도 있어야 한다네요.  그래도, 글로벌 기업 지역본사에서의 경험은 가장 선호하는 겸험입니다.  "아마존에서 알렉사 TTS 개발의 주역", "Zoox 에서 LIDAR 개발 엔지니어 경력", "애플 혼합현실 아이글래스 개발 참여", ...  같은 타이틀을 거머 쥘 수 있다면 좀더 좋은 이직 기회를 잡는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이런 타이틀이 없더라도, 한국에 계신 부모님과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현지 경력관리 보다 소중할 때가 옵니다.  특히, 어머니 아버님이 많이 편찮으시면 만사를 제쳐두고 귀국을 서두르게 됩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네요.  곧고 수다쟁이 이신 어머니가 가끔 아파트 동 수가 생각나지 않아서 한참을 서성이셨다네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경력고민의 중심이 나에서 가족으로 바뀌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생각보다 한 쪽으로 기우는 대안은 없었습니다. 어떤 걸 선택해도 미련이 남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고민하고 결정해야 할 때는 해야만 합니다.  이젠 누군가에게서 제안 받을 기회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사는 게 쉽지 않네요.
...
늦지 않게 경력관리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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