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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재래시장과 망아지가 끄는 달구지의 추억 Traditional Marketplace vs. Cattle Wagon

by 파스텔블링크 (PastelBlink) 2021.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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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많은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이 경제적으로 힘들어 하십니다.  시장 상인분들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사라진 지 오래 입니다.  매일 또는 매주 오시던 단골손님들은 어디 가신 건가요?  동네에서 꽤 맛있다고 알려 져서 예약 안하면 자리가 없었는데, 주말 어느 날 들린 그 중식당은 손님이 한 분만 앉아서 식사하고 계십니다.  서빙하시는 분들이 더 많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후,  그 중식당이 문을 닫았다는 것을 아내로 부터 듣게 됩니다.  동네 소식은 인터넷보다도 더 빠르고 자세합니다.

 

TV에 비춰지는 인상 좋으신 시장 상인 분은 "코로나가 빨리 끝나서, 저희 시장에도 다시 많이 찾아주시면 좋겠습니다" 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TV 방송을 시청하는 모든 사람의 바램입니다.  그런데, 어쩌죠?  그 바램이 이루어지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단골손님은 영원히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 이 얘기를 상인분들께 알려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더 나아가, 그 분들이 살아갈 다른 방도를 찾는 데 도움을 주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아버지 어머니 같은 그 분들에게 혁신을 바라는 건, 내 아버님 어머님께 혁신하세요라고 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신촌근처의 유명한 한 재래시장을 방문했습니다.  이 곳은 다른 곳 보다 훨씬 활력이 있었습니다.  작은 도로를 사이에 둔 그 옆의 또다른 재래시장은 간판하나 차이인데도 분위기가 급격히 다운되어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이 재래시장의 최대 강점은 좋은 품질의 산지직송 농수산 상품과 식품을 시중 마트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싱싱하고 맛있는 데 값도 싸다입니다.  장보러 아이쇼핑하는 여유를 즐기려는 분 한테는 딱 입니다.

 

이 시장이 활기를 띤 가장 큰 원인은 지속적인 직,간접 홍보효과입니다.  근처에 연예인들이 많이 살고, 그 분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소개될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주변이 새로운 문화예술 관광명소가 된 것도 큰 요인입니다.  자연스럽게 20-30대 소비층이 핫플레이스를 방문하고 인스타에 사진을 올립니다.  이 시장의 가장 아쉬운 점은 주차공간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겁니다.  저도 다섯 번째 방문할 때 처음으로 시장전용 유료 지하주차장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시장 근처 공용주차 공간을 한참동안 빙빙 맴돌다가 빈자리를 찾아 주차해 왔었습니다.  시장에 유입되는 고객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내 상점에 들를 고객도 늘어날 찬스가 높아질 겁니다.  그런데, 내 상점이 유명세를 타지 못했다면, 아무리 시장이 유명해도 시장 방문객들이 내 물건을 사 주시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아주 오래전 어느 한 여름날,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에는 초췌한 아저씨가 망아지가 끄는 수래를 몰고 가는 것을 본 기억이 납니다.  그 어린 나이에도 망아지의 또각 또각 발굽 소리, 가끔 아저씨의 "이리야~~" 하며 갈길을 재촉하는 소리, 나무로 만든 수레의 삐걱거림이 묘하게 듣기 좋은 음악으로 들렸었습니다.  그 여름 날 이후로 망아지가 끄는 수레를 본 기억은 없습니다.  지금 그 분의 역할은 어느 택배회사가 대신 하고 있습니다. 

 

소중한 장보기의 일상경험을 주는 재래시장의 많은 상점들이 어린 시절 목격한 망아지가 끄는 수래 처럼 사라지지 않길 바랄 뿐 입니다.  추억이란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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