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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제 "미국" 이름은 제니퍼입니다 My Anglo Name is Jennifer.

by 파스텔블링크 (PastelBlink) 2021.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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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제 이름은 제니퍼입니다.  미국이름이죠.  라오스에서 살 때 원래 이름은 TSHAB 입니다.  그냥 제니퍼라고 불러 주세요"

영어학원에서 회화시간에 원어민 강사를 마주한 학생들은 의례적으로 영어식 닉네임을 즉석에서 만들어 사용합니다.  잠깐 썼다가 회화반 수업을 중단하게 되면, 더 이상 통용될 일이 거의 없는 이름이 되어 버립니다.

그런데, 영어권 국가에 거주하게 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아시아인이 북미지역으로 유학이던, 이민을 가서 몇 년을 살다보면 자신의 어릴 적 이름 대신 북미 문화권에서 사용되는 이름을 만들어 사용합니다.  이민을 가는 경우에는 아예 새로운 미국식 이름을 "공식" 이름으로 등록하고 신용카드를 포함한 "공식적"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이름이 됩니다.  나의 원래 이름은 "비공식적" 가족행사에서나 불리우게 되죠. 

"When I went as Jennifer, I felt like I was playing a role

-- this White-assimilated, American Dream type,

Tshab and Jennifer were always at tension with each other

... I felt like I was always living a different life as Jennifer,

than who I wanted to be as Tshab." 

 

1800년대말 미국 이민 1세대가 미국으로 몰려 오면서부터, 아시안계, 유태계, 유럽계 이민자들은 미국식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출처 : 미국 시민권 및 이민 서비스국, USCIS).   인종차별 racism 과 외국인공포증 xenophobia 를 경험했거나, 경험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입니다.  1882년에서 1943년 기간은 미국의 반중국 정서가 강하던 시기였고, 미국은 중국으로부터의 이민을 허가하지 않았었습니다.  그 당시 많은 중국 이민자들이 인종폭력을 경험하던 시기 였습니다.  1900년부터 1930년대 기간중 이민자 부모에게서 태어난 남성의 86퍼센트, 여성의 93퍼센트가 미국식 이름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출처: The Journal Labour Economics).

문제는 제니퍼로 사는 것이 어쩐지 그녀가 원하던 삶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게 되면서 부터입니다.  제니퍼로서의 삶과 차브 TSHAB 로서의 삶이 확연히 다를 것임을 눈치챈다면 말입니다.  최근에는 북미권에서 다양성 diversity, 포용성 inclusion, 대표성 representation 에 대한 요구가 급증하는 문화적 변화의 물결이 일어 나고 있습니다.  영화 스타워즈의 여배우 캘리 마리에 트랜 Kelly Marie Tran 은 그녀의 가족들이 미국식 이름들을 쓰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문자 그대로 문화적 말살 a literal erasure of culture" 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캘리 마리에 트랜은 그녀의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성을 미국식으로 바꾼다고 해서 자신의 절반의 정체성이 바뀌지 않는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녀가 중국에서 살았고, 만다린 언어를 사용했다는 중국인으로서의 정체성 말입니다.  이름은 문화의 일부이고 개인의 삶의 큰 부분입니다.  이름이 바뀐다는 건 자신의 문화, 생활방식, 인간관계에 대한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한 개인에게는 쉬운 결정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사는 이민자가 미국식으로 이름을 바꾼다는 건 예전의 이름으로 살아가려면 큰 용기와 저항정신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아시안 미국인들이 이민을 간 지역에서 지금보다 훨씬 더 존중받고 평안한 삶을 누릴 수 있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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