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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졸업후 3-5년차가 적성에 안맞아서 직장을 그만 둔 어느 취업 초년생 이야기

by 파스텔블링크 (PastelBlink) 2025.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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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전공 대학졸업, 고시준비 3년, ...

인문학 전공으로 졸업한 지 3년이 지났습니다.
대학재학시 준비한 사법시험에 미련이 남아 3년을 더 시도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원하는 결과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이제는 사기업으로 취업을 해 보려고 합니다.
인서울의 나쁘지 않은 평판의 대학을 졸업했고, 영어 어학능력도 좋아서 갈 곳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처음엔 탄탄하고 월급 많이 준다는 대기업이나 외국계기업 한국지사를 노립니다.
성과가 없습니다.
이제는 최근에 올라 온 취업공고 중심으로 우수한 영어역량을 필요로 하는분야를 지원합니다.
역시 성과가 없습니다.
사람인, 인디드, 잡코리아, 링크드인, ....
이제는 매일 아침마다 채용플랫폼을 열어 보고 익숙한 키워드가 보이는 채용공고마다 이력서를 뿌립니다.
역시나, ...
실무경험 없고, 졸업후 사법시험 준비하는 데 투자한 경력공백이 경쟁력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
포기하기에는 아직 젋습니다.
젊다는 게 가장 큰 자산이라고 합니다.
...
누가 그런 말을 했는 지 
짜증이 나기 시작합니다.
자산이 아니라 부채 아닌가요?

아...
졸업하고 취업 성공한 친구한테서 온 전화 한 통, 그리고 청첩장.
학교 다닐 때는 내가 과 수석도 하고, 좀 더 잘 나갔었는데 ...
학교 때의 작은 성공을 밑천 삼아 법학전문대학원을 가고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것을 꿈꾸고 실천했습니다. 다만, 원하는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다보니 그 친구와 처지가 역전된 듯한 씁쓸한 기분이 듭니다. 
직장도 갖고 배우자도 만나서 결혼도 하고... 부럽다...
 
"요즈음엔 결혼한 커플의 삼분의 일은 이혼을 한다고 하니 ..." 
속으로 중얼거리는 내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그 친구의 앞날이 잘 되길 바라는 것으로 마음을 추스립니다.
 
와우....
드디어 ...
인사팀 채용담당 인턴으로 지원한 스타트업체에서 면접보라는 제안을 받았네요...
열심히 해 보렵니다.
경력자를 뽑는 건 아니니 해 볼만 하다고, 아니... 붙을 수 있다고 막연한 자기 확신을 해 봅니다.
지원사유를 물으면 뭐라고 할까요?
이제 서류전형 탈락의 고배를 수 십번 하다보니 
면접준비의 노하우가 나름 생긴 것 같습니다.
1. 지원하는 회사는 무슨 제품/솔루션을 파는 회사인가? 공부해서 애사심과 준비성을 전달하려 합니다
2. 눈빛도 적극적으로 이 회사에 꼭 가고 싶다는 느낌을 주도록 불타오르게 면접관을 쳐다 볼 예정입니다
3. 왜 지원했냐고 물어 보면  "면접 보자고 연락 온데가 여기밖에 없어서요" 라고 진정성있게 얘기 하지 않으렵니다. 
   "지원분야에서 이러 이러한 역량을 요구하시는데, 제가 저러 저러한 (대체 가능한) 경험을 마니 마니 갖고 있어서 잘 할 수 있을거라고 판단해서 지원했노라" 고  대답할 겁니다.
 

입사 성공

와우...
경쟁은 생각보다 치열했고,
해외 명문대 출신자도 있었지만, 
드디어 
인턴으로 입사했습니다.
 
제가 봐도 그 해외파 친구가 좀더 있어 보이던데, 
왜 나를 뽑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내가 선택받았으니 내가 더 잘 났나 보지요!!!  ㅎㅎㅎ
 
스타트업체 인턴이다보니 정말 최저 시급수준의 월급을 받습니다.
아무튼 좋네요.
입사 첫 날, 붕뜬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팀장님이 사 주시는 점심을 맛있게 먹고, 교육받으라고 해서 열심히 받았습니다.
안 하던 아침 일찍 출근을 하고, 긴장이 풀리니  중식후 교육 받는 데 졸음이 오는 걸 참느라 혼났습니다.
내일부터는 채용업무를 빨리 배워서 멋지게 해보려고 합니다.
나 처럼 취직준비생들과 소통하면서 내가 얼마나 힘들게 이 자리를 꿰어 찾는 지 맘속으로 뻐기면서 후보자들과 소통할 참입니다.
2주가 지났습니다.
생각보다 채용 성과가 안 납니다.
지원자들 면면을 보니 그 중에는 나처럼 최저시급으로 입사하는 게 더 낫지 않나 싶은 후보자들도 있었는데, 월급 짜다고 지원 포기하겠다는 사람들이 즐비합니다.
투자자로부터 추가로 펀드를 받지 않는다면, 앞으로 일년안에 소진될 재정상태를 가진 스타트업을 다니다 보니 
인턴월급도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3개월 프로베이션 기간 이후를 장담할 수 없어 보입니다.
4주차 매니저가 눈치를 주기 시작합니다.
매달 한 번씩 전체 임직원들이 모두 참석하는 타운미팅에서 성과가 좋은 임직원 시상을 합니다.
부러움을 떠나서
"저렇게 성과를 못내면 나가세요" 라고 하는 무언의 경고로 느껴집니다.
한 달이 지났고,
성과는 고만고만하고...
대표님과 직속매니저님이 흘깃흘깃 나를 쳐다보면서 뭐라뭐라 하는데, 내 흉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직접 들은 건 아닙니다.
앞으로 두 달을 더 버텨야 한다니 슬슬 겁이 납니다.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인턴 동기 한 분이 퇴사한다고 합니다.
아...
이젠 비슷한 처지에 넋두리를 늘어 놓을 만한 동기도 사라지네요.
"그만 둘까요?"
다음 날 출근합니다.
"그만 둘까요?"
...
이제는 왜 더 다녀야 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적성에도 안 맞는 거 같고...
이번 주 말에는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녔던 시간이 아까와서 월급날 지나고 이틀 뒤에 
그만 둘 참입니다.
..
갑자기 마음이 평온해 집니다.
이유없는 성과 스트레스를 더 이상 안받아도 되니까요
 

D-DAY

이윽고
폭탄선언을 할 날이 왔습니다.
"매니저님!
제가 이 일에 적성이 안맞는 거 같아서 내일 날짜로 사직하려고 합니다"
 
사실... 짤리기 전에 내가 사직 선언을 먼저했다고 보는 편이 맞는 표현이기는 하지만, 내 자존심 상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습니다.

무엇이 될꼬하니...

퇴직금은 없지만, ...
권고사직? 사유로 구직중인 저 같은 사람한테 주는 지원금도 신청해서 받아가며
마음과 시간의 여유를 부려 보려고 합니다.
보름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났습니다.
이제는 
취업준비 하던 그 때로... 원점으로 되돌이표를 한 기분이 듭니다.
뭐 해야 할까요?
하...
그 때 참고 퇴직금 나올 때까지 더 다녔어야 했나?
...
겨울인데도 날이 춥지 않습니다.   봄처럼...
마음에는 시베리아의 영하20도 찬바람이 붑니다.
오늘은 어느 스벅에서 하루를 보내야 할 지 고민입니다.
...

ChainNewJobTaker

연쇄창업자는 들어 봤어도
연쇄이직자는 못들어 봤습니다.
업계최초 연쇄이직자가 되어 볼까...
잠시 그런 잡생각이 머리를 스치지만, 그것도 선택받아야 가능한 일이라 머리에서 지웁니다.
스멀스멀 조급증이 생기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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